🌿 감정 에세이 Ep.3

행복한 척에 지친 날, 나를 마주하다.

괜찮은 척,
웃는 척,
행복한 척.

그게 어느새
내가 제일 잘하는 감정의 연기가 되어버렸다.

“잘 지내?”라는 인사에
“응, 잘 지내”라고 대답하는 건
이젠 하나의 반사 신경처럼 느껴진다.

조금이라도 망설이면
내가 무너져 보일까 봐,
상대가 당황할까 봐
그냥 웃으며 넘겨버린다.

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.
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믿었다.

하지만 그렇게 웃고 돌아서는 순간,
내 안은 조용히 텅 비어 있었다.

슬픈 날도,
속상한 날도,
그냥 “괜찮다”고 말해버리면
정작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.

나는 행복한 척에 지쳐 있었다.

늘 긍정적이어야 하고,
늘 감사해야 하고,
늘 밝아야 한다는
그 끝없는 강박 속에서—

나는 점점
내 감정을 숨기게 되었다.

거울을 보면
웃고 있는 얼굴이 낯설다.

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
눈은 웃고 있지 않다는 걸
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.

그런데도
“이 정도면 감사해야지”
“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잖아”
그 말들로 나를 또 덮어버린다.

하지만,
감정을 비교한다고 해서
상처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.

덜 아픈 게 아니라,
그저 더 오래 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.

그날 나는
행복한 척을 잠시 내려놓았다.

“요즘 좀 지쳐.”
“솔직히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.”

그렇게 말하고 나니
세상은 생각보다
내 진심에 그리 차갑지 않았다.

괜찮지 않은 나를
그대로 인정해줄 수 있을 때—

비로소
나는 괜찮아지는 중이었다.

행복한 척을 멈추고
내 진짜 얼굴을 마주한 날.

그 날이
나에게는
조금 늦은, 진짜 시작이었다.

감정 에세이 시리즈 – 나의 마음을 마주하는 글